치매안심센터 한 곳이 맡는 땅의 넓이가 대도시는 43.0㎢인데 농촌은 566.1㎢, 13.2배에 이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수린 연구위원이 농민신문 2025년 8월 11일 보도에서 밝힌 취지의 통계다. 이 숫자는 단순한 면적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병을 진단받아 같은 약을 복용하는 어르신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원의 문턱부터 다르게 마주한다는 이야기의 첫 장면이다.
주소지가 정하는 지원의 문턱
치매치료관리비는 치매로 진단받아 치매치료제를 복용 중인 어르신에게 약제비와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월 최대 30,000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이 전국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중위소득 140% 이하를 ‘권고’하지만,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이것이 어디까지나 권고이며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다름을 명시한다. 140%를 적용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120%를 적용하거나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지역도 있다.
법적 뿌리를 따라가 보면 구조가 보인다. 치매관리법 제12조와 시행령 제10조는 지원 대상을 ‘소득·재산이 보건복지부장관이 매년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되, 실제 적용 기준은 지자체가 정하도록 열어 두었다. 이 사업은 2022년부터 지방이양사업이다. 재량이 지방에 있다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재량의 결과로 같은 진단서를 들고도 어떤 어르신은 지원을 받고 어떤 어르신은 문턱에 걸린다면, 그건 짚어야 할 문제다.
규모는 겸손하게, 방향은 분명하게
여기서 정직해야 할 대목이 있다. 소득 기준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불형평의 크기와 방향까지 곧장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은 120%, 어떤 지역은 140%, 또 어떤 지역은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한다면, 특정 지역이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지역별 실제 격차가 몇 명에게 얼마의 차이로 나타나는지는 데이터가 있어야 말할 수 있고, 그 데이터는 이 글이 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사실이 겸손해야 한다고 해서 판단까지 흐릴 이유는 없다. 같은 병, 같은 약, 같은 국가의 국민이 사는 곳에 따라 지원 문턱을 다르게 마주하는 것 자체가 개운치 않다. 치매치료관리비는 월 최대 30,000원이라는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매달 약을 사야 하는 어르신에게는 결코 작지 않다. 이 지원의 유무를 좌우하는 것이 병의 무게가 아니라 주소지라면, 우리는 최소한 그 설계를 다시 물어볼 자격이 있다.
돌봄의 지도는 이미 기울어 있다
지원 기준의 차이는 더 큰 지형 위에 놓여 있다. 성균관대 장한나의 연구(보건사회연구 36권 2호, 2016)는 전문적 서비스 공급이 대도시에 집중돼 지역 간 서비스 편차로 인한 불평등이 야기되고 있음을 실증으로 확인했다. 서비스 수요가 높은 농어촌은 보건소의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기본적인 치매관리서비스가 제공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선희의 분석(보건복지포럼 제312호, 2022년 10월)도 치매안심센터 인프라가 확대됐다는 성과를 인정하면서, 지역별 여건에 따른 기관 운영 편차와 인력 수급난, 사업 운영의 불균형이 문제로 제기된다고 짚었다.
앞서 든 면적 통계는 이 지형을 압축한다. 센터 한 곳이 넓은 땅을 맡을수록 그 안의 어르신에게 손이 닿기 어렵다. 농촌 어르신은 센터를 찾아갈 이동 지원조차 부족하다는 것이 김수린 연구위원이 보도에서 밝힌 취지다. 다만 이 면적 통계가 곧 치료비 지원의 접근률이 농촌에서 더 낮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소득 기준의 문턱과 돌봄 접근성은 서로 다른 축이고, 둘이 실제로 같은 방향으로 겹치는지는 지역별 신청률·수급률 데이터가 있어야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격차가 겹치는 자리에 놓일 농촌 어르신이 있다는 사실만은 가볍지 않다.
자율이 격차로 굳지 않으려면
복지사업을 지방으로 넘기는 일에는 지역 자율이라는 뚜렷한 가치가 있다. 그 가치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자율이 최소한의 공통 기준선 없이 주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에게는 반복해서 관찰된 기록이 있다.
정홍원 등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수시 2019-05)는 2005년 복지사업 지방이양을 두고, 대상 사업 선정 기준과 원칙이 불분명하고 일관성이 미흡했으며 재원으로 신설된 분권교부세의 역할이 시간이 지나며 약화돼 지방재정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결론지었다. 국회예산정책처 한재명·김성수의 분석(사업평가현안분석 제58호, 2016)은 노인인구비율이 비슷한 지자체도 기초연금수급률과 지방비 부담에서 격차가 나타난다는 실명 예시를 들며, 재정형평화 기능과 연계되도록 차등보조율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들이 2022년 치매치료관리비 이양을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2005년 분권교부세 물결과 일반 복지재정을 다뤘다. 그러니 ‘이 학자들이 치매 치료비를 비판했다’고 옮기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지방이양이 재원과 공통 기준선의 뒷받침 없이 진행되면 지역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적 패턴이, 서로 다른 사업에서 되풀이 관찰돼 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패턴이 치매 치료비에서 다르게 작동하리라 믿을 근거가 오히려 부족하다.
치매 국가책임을 말한다면, 어디 사느냐가 치료비 지원의 유무를 가르지 않도록 최소한의 공통 기준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논의가 빠져서는 안 된다. 지역 자율은 그 기준선 위에서 비로소 격차가 아닌 다양성이 된다.
지금 자녀가 할 수 있는 일
제도 논의가 성숙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부모님을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우리 지역이 소득 기준으로 몇 퍼센트를 적용하는지, 아니면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는지는 지역마다 다르므로, 거주지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진단서와 처방 내역을 챙겨 문의하면 우리 부모님이 이 지원의 대상인지 그 자리에서 가늠할 수 있다. 문턱의 높이는 우리가 정할 수 없어도, 그 문턱이 우리 앞에서는 어디에 놓였는지 확인하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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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근거 자료
국가법령정보 — 치매 치료비 지원(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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